엑스레이만 찍어도 진단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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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규철 제일정형외과병원장
관절 수술은 겨울이 되면 늘어난다. 몸을 움직일 일이 줄어드는 겨울철에 수술받고 활동량이 늘어나는 봄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무릎 인공관절 수술은 매년 7만 건 정도가 시술되는 대표적인 관절 수술이다. 이 수술은 관절 뼈의 표면인 연골이 닳아서 더 이상 재생이 되지 않을 정도까지 변형되면 시행하는 수술이다. 퇴행성관절염의 마지막 단계에서 시행하는 수술이라는 뜻이지만, 그렇다고 수술을 너무 늦추면 안 된다. 퇴행성관절염이 진행하면 연골뿐 아니라 뼈까지 닳고 무릎 주위의 인대가 굳는다. 그러면 O자형의 무릎이 되고, 무릎과 허리까지 굽는 몸의 변형이 온다. 이러한 변형이 심해지면, 수술해도 결과가 좋지 않다. 뼈가 닳아버려서 몸의 변형이 오기 전에 수술을 받아야 가장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수술 전에는 수술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무릎 인공관절 수술은 총 진료비가 통상 300만~500만원에 이른다. 이런 경제적 부담 때문에 수술이 필요해도 엄두를 내지 못하는 환자가 많다. 인공관절 수술은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때문에 본인의 형편에 맞게 비용을 조절할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는 건강보험 항목인 엑스레이 촬영으로 충분히 진단된다. 기본적인 진료를 제외한 비급여 항목인 상급병실 입원이나 꼭 필요하지 않은 비급여 진료 항목을 조절하면 90만 원대에서 100만 원대에 수술받을 수 있다.
수술을 결정한 뒤에 주의해야 할 점도 적지 않다. 오메가3 같은 피시오일은 2주일 전, 비타민·미네랄은 1주일 전에 끊어야 한다. 미리 식이요법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수술 전에는 섬유소가 적은 음식을 먹어서 위장 부담을 줄여야 한다. 흰 쌀밥이나 흰 빵이 좋고, 우유는 하루 2잔 이내로 제한한다. 주스는 과육이 덜 든 것이 낫다. 블랙커피를 마시는 것은 좋다.
수술할 부위는 미리 깨끗하고 청결하게 유지해 둬야 한다. 수술 전 무릎에 부황이나 침을 맞으면 안 된다. 수술할 부위에 난 털을 미리 깨끗이 깎는다며 면도하면 수술 후 감염 위험이 올라간다. 수술 전에는 치과치료도 삼가야 한다. 치과치료 과정에서 잇몸을 통해 침입한 세균이혈액을 타고 돌아다니다가 감염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인공관절을 이식한 뒤에는 의자와 침대 생활을 해야 한다.
[꼿꼿한 허리 튼튼한 관절] (16) 허리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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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규철 제일정형외과병원장
필자의 학교 동창인 50세 정모씨는 2~3년 전부터 허리 디스크의 여파로 다리에 통증이 생겨서 필자의 병원에 다니며 물리치료와 약 처방을 받고 있다. 가끔씩 통증이 심해지면 신경차단주사를 맞으며 관리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증상이 점점 심해져서 오래 걷기 힘들어졌고, 밤에는 다리 저림이 심해서 잠을 설칠 정도까지 악화됐다. 정씨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고, 필자는 '증상이 심해졌으니 수술받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다른 병원의 척추전문의에게도 진찰을 받아보라고 권했다. 정씨는 대학병원 두 곳의 정형외과와 신경외과, 그리고 다른 큰 척추전문병원에 다녀오더니 필자에게 "의사마다 말이 달라 더 헷갈리고, 완전히 체념했다"고 말했다.
정씨의 말을 들어보니, A대학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척추고정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B대학병원 신경외과의 한 교수는 신경감압술을 하자고 했으며, 이 병원 신경외과 다른 교수는 수술하지 말고 그냥 지내라고 권했다. B대학병원 정형외과에서는 인공디스크 수술을 권했다. 척추전문병원에서는 복강경을 이용한 척추유합술을 제시했다.
허리수술은 최소 3명의 의사에게 물어보고 결정하라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많은 환자들은 정씨와 같은 경험을 하고 오히려 갈팡질팡한다. 왜 의사마다 다른 진단을 내릴까?
대부분의 척추 질환 치료법은 크게 내과적 치료과 외과적 수술의 두 가지 갈래로 나뉘어 있다. 내과적 치료와 외과적 수술 모두 다양한 방법이 개발돼 있기 때문에, 의사마다 환자에게 적용할 최적의 치료법이 무엇인지 생각이 다를 수 있다. 물론, 신경 손상을 동반한 중증 척추관협착증처럼 내과적 치료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반드시 외과적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척추디스크처럼 초기에는 내과적 치료가 가능하지만 때가 늦어서 신체 구조의 변형이 오면 외과적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신경 손상으로 인한 마비가 생긴 경우 등 수술 밖에 대안이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척추 질환은 보존적 치료를 먼저 해보고 이 치료로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에 수술한다.
그렇다면, 의사마다 다른 치료법을 추천할 경우 환자는 어떤 방법을 선택해야 할까? 척추 질환은 당장 생명을 앗아가지는 않으며, '삶의 질' 문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치료법도 환자 자신의 삶의 질에 따라서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당장 도저히 견디지 못할 만큼 불편하면 수술을 택하고, 좀 불편해도 참고 살 수 있으면 수술은 뒤로 미루고 참으면서 살아도 된다.
즉, 상당수의 척추 질환은 환자의 가치관에 따라 치료법을 달리 해야 하는 질병이다.
/ 신규철 제일정형외과병원장
꼿꼿한 허리 튼튼한 관절(17) 골절 응급수술
정강이·팔꿈치 골절 부위 통증 심해지면 즉시 병원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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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규철 제일정형외과병원장
정형외과에서 다루는 골절은 응급수술이 거의 필요없다. 골절은 환부를 부목으로 고정시키고 'RICE 대처법', 즉 안정(Rest), 냉찜질(Ice), 혈액순환 유지(Circulation), 환부올리기(Elevation)만 지키면 대부분 큰 문제 없이 치료된다.
하지만 정형외과에도 가끔 응급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들이닥친다. 생명이 왔다갔다 하지는 않지만 시간을 늦추면 영구장애가 오는 골절을 당한 사람이다. 골절을 당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응급 상황인지, 기다려도 되는 상황인지 파악하는 것이다. 응급 치료가 필요한 골절은 구획증후군이나 신경손상이 온 경우, 관절 내에 골절이 생긴 경우이다.
구획증후군은 발목과 무릎 사이의 종아리와, 팔목과 팔꿈치 사이의 아래팔에 발생한다. 뼈를 둘러싼 근육과 근육 사이에는 매우 질긴 근막이 있는데, 골절로 내출혈이 생기면서 근막 안에 있는 근육에 피가 고이면 혈관을 압박한다. 혈관이 막히면 근육으로 가는 혈액 공급이 안돼 근육이 죽는다. 정강이뼈 골절이나 어린이 팔꿈치 골절이 있을 때 주로 나타난다. 빠른 진단이 필수다. 골절이 생긴 쪽의 손·발가락 끝을 수시로 눌러보면서 혈액순환이 잘 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갑자기 통증(pain)이 심해지거나, 손발 끝이 창백해지거나(palor), 맥박이 사라지면(pulseless) 혈액순환이 안 되는 '3P' 상황이다. 손가락이나 발가락을 뒤로 젖힐 때 통증이 심해져도 의심해야 한다.
신경손상은 골절 조각이 신경을 건드리거나 신경 타박을 일으켜서 발생한다. 손목이나 팔목이 움직이지 않거나, 사지를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으면 의심해야 한다. 목이나 척추 골절이 주 원인인데, 이 때는 현장에서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환자가 숨 쉬는 데 지장이 없도록 하고, 목과 몸통, 허리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절대 안정을 시킨 후 응급실로 신속히 이송해야 한다. 목·몸통·허리를 함부로 움직이게 하면 2차 손상을 입어서 평생 회복 불가능한 장애가 생길 수 있다. 환자의 몸을 움직일 때는 6명 정도가 필요하다. 한 명은 머리를, 다른 한 명은 다리를, 나머지는 몸통을 잡고 동시에 같이 굴려야 한다. 통나무를 굴리는 것 같다고 해서 이를 통나무 굴리기라고 부른다.
관절 중 사타구니 부위의 대퇴경부가 골절되면 응급 수술이 필요하다. 이 부위의 골절은 고관절 내부에서 일어나는데, 관절 윤활 물질인 관절액이 뼈를 아물게 하는 성분을 씻겨 내려버리기 때문에 뼈가 붙지 못한다. 동시에 환부의 혈액 공급이 차단돼서 뼈가 괴사한다. 따라서 24시간 안에 수술하는 것이 원칙이다.
/ 신규철 제일정형외과병원장
[꼿꼿한 허리 튼튼한 관절] (18) 체위성 척추관협착증
종아리 끊어질듯 아파도 MRI에 안나온다면 의심해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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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규철 제일정형외과병원장
72세 김모 할머니가 "양쪽 다리가 심하게 저려서 걷지도 못할 지경인데 다른 병원에선 참고 살라고만 한다"며 필자를 찾아왔다. 가만히 눕거나 앉아있으면 아무 증상이 없는데 걷기 시작하면 양측 종아리가 당기고 터질 것 같더니 발목까지 통증이 생겼다고 했다. 요즘은 발바닥까지 저리고 무감각해져서 걸을 수 있는 거리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 그런데도 전에 찾아간 병원에서는 MRI(자기공명영상)를 찍은 뒤 "수술할 단계가 아닌 가벼운 척추관협착증이므로 약을 먹으면서 참으라"고 했다고 한다.
김 할머니처럼 척추관협착증 증상은 있지만 MRI까지 찍어도 잘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체위성 척추관협착증을 의심해야 한다. 체위성 척추관협착증은 특정한 자세를 취할 때만 신경 통로가 좁아져서 증상이 나타난다. 주로 서 있거나 걸을 때, 몸의 하중이 척추로 내려가 척추 신경을 눌러서 생긴다. 따라서 눕거나 앉아 있을 때에는 증상이 없다.
젊은 사람의 척추 연골이나 인대는 수분이 80% 이상을 차지해 탄성이 충분하다. 그래서 일어서도 척추가 정상 형태를 유지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수분 함량이 떨어지면 탄성이 없어지므로, 서 있거나 걸을 때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가 체중에 눌려 좁아지거나 어긋나서 신경을 압박한다.
체위성협착증은 5번 척추와 골반 사이의 요추 5번 신경이 지나가는 부위에 많이 생긴다. 이쪽 신경이 압박되면 종아리가 터질 것 같고 발목이 아파지며, 심해지면 발바닥까지 무감각해진다.
체위성협착증이 잘 진단되지 않는 것은 환자가 몸을 움직이는 상태에서는 영상검사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엑스레이를 찍을 때 환자를 세워 놓고 허리를 구부렸다 펴도록 하면서 찍는 것은 체위성협착증 진단을 위해서다. 일반적인 MRI는 몸을 움직이는 상태에서 촬영할 수 없다. 다이나믹 MRI는 환자의 몸을 구부렸다 폈다 하면서 찍을 수 있지만, 아직 국내에는 보급되지 않았다. 영상검사로 확실한 진단이 안 되면 신경차단술로 검사한다. 스테로이드와 부분 마취제를 혼합한 약물을 압박된 신경 주위에 주사하면 일시적으로 증상이 호전되므로, 여러 신경에 주사해 보면 어디가 눌렸는지 찾을 수 있다.
진단만 정확하면 치료는 일반 척추관협착증과 동일하다. 초기에는 비수술 보존치료로 충분하다. 이 치료가 듣지 않으면 신경감압술을 한다. 몸을 구부렸다 폈다 할 때 엑스레이 상 변화가 심하지 않으면 최소 절개의 미세감압술로 충분하다. 하지만 변화가 심하면 척추고정술이 불가피한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