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생활------/좋은글

아버지들

죽향 2013. 12. 6. 19:32

 

 

 
 
 

아버지들

       
       아버지는 석 달치 사글세가 밀린 지하 셋방이다
       너희들은 햇볕이 잘 드는 전세집을 얻어 떠나라
 
       아버지는 아침 출근길 보도위에 누가 버린 낡은
       신발 한 짝이다
       너희들은 새구두를 사 신고 언제든지 길을 떠나
       라
 
       아버지는 페인트 칠할 때에 쓰던 낡고 때묻은
       장갑이다
       몇 번 빨다가 잃어버리면 아예 찾을 생각을 하지
       말아라
 
       아버지는 포장마차 우동 그릇 옆에 놓인 빈 소주
       병이다
       너희들은 빈 소주병처럼 술집을나와 쓰러지는
       은 없도록 하라
 
       아버지는  다시 겨울이 와서 꺼네 입은 외투 속에
       언제 넣어 두었는지 모르는 동전 몇 닢이다
       너희들은 그 동전마저도 가져가 컵라면이라도
       먹어라
 
       아버지는 벽에걸려 있다가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
       진 고장난 벽시계다
       너희들은 인생의 시계를 더이상 고장내지 말아라
 
       아버지는 동시상영하는 삼류극장의 낡은 의자다
       젊은애인들이 나누어 씹다가 그 의자에 붙여놓은
       추잉껌이다
       너희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깨끗한 의자가되어
       어라
 
       아버지는 도시 인근 야산의 고사목이다
       봄이 오지 않으면 나를 베어 화톳불을 지펴서
       을 녹여라
 
       아버지는 길바닥에 버려진 붉은 단팥이 터져
       붕어빵의 눈물이다
       너희들은 눈물의 고마움에 대하여 고마워할 줄
       알아라
 
       아버지는 지하철을 떠도는 먼지다
       이 열차의 종착역이다
       너희들은 너희들의 짐을 챙겨 너희들의
       집으로 가라
    
       아버지는 이제 약속할 수 없는 약속이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