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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 말고 일을 들고 은퇴하자

죽향 2010. 4. 23. 19:49

지난달 한 대기업에서 ‘퇴직 예정자들을 위한 인생설계 강의’를 했다. 그곳에서 만난 L부장의 이야기다. L부장은 필자의 강의를 들은 후 이렇게 말했다.

“회사에서 일해온 20년 동안 하루 8시간의 수면을 제외한 16시간 중 자기계발과 운동에 쓴 시간이 30분도 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남는 건 ‘나’와 ‘건강’의 상실이었네요.”

또 이날 만난 50대 초반의 한 퇴직 예정자는 병원에서 측정한 육체나이가 60대 후반으로 나올 만큼 건강이 썩 좋은 것이 아니라면서 육체, 정신 에너지를 정신활동과 대인관계에 ‘올인’해 버린 자신이 원망스럽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특히 이들은 가장으로서, 그리고 회사 부장으로서 공적인 삶만 살아온 터라 마치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져든 것 같다면서 “앞으로 뭘 해야 할지 가닥이 잡히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강의장에서 만난 퇴직 예정자를 보면서 마치 특정 전자제품에만 딱 들어맞게 설계된 부품이 떨어져 나왔을 때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특정한 용도에 꼭 맞게 발전해 특정 조직 내부에선 최적의 상태로 작동하지만 밖으로 한 발짝만 떨어져 나오면 범용성이 떨어져 어디에도 쓸모가 없어지는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그동안 살아온 삶의 불균형 때문이다. 대개 직장인으로서의 삶은 다음 네 가지 요소로 분해할 수 있다. 인생을 ‘관계’라는 측면에서 보았을 때 ‘자기계발과 대인관계’가 서로 대치된다. 또 ‘움직임’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육체활동과 정신활동’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직장인은 삶의 형태가 오른쪽에 치우쳐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정신활동과 대인관계에 치우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 때문에 직장인이 은퇴하면 공황상태에 빠진다. 인생 후반전에 이런 공황상태를 느끼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얼까? 평생 현역이 되는 것이다.

이 말은 이제 더 이상 은퇴는 없고. 은퇴 자금도 필요없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죽을 때까지 평생 일하면서 현역으로 살아가라는 것이다. 사람은 살면서 ‘고용 정년→일 정년→인생 정년’ 즉 세 번의 정년을 맞이한다고 한다. 바로 은퇴란 ‘일 정년’이 아니라 ‘고용 정년’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은퇴는 일을 관두는 게 아니라 직업을 바꾸는 작업이다.

평생 현역으로 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것이 바로 성공 인생을 위한 인생 ‘노하우(露賀佑)’다. 여기서 노하우란 바로 ‘I-Branding(露)’ ‘I-Playing(賀)’ ‘I-Giving(佑)’을 뜻한다. 바꿔 말하면 ‘나라는 상품 만들기’ ‘내가 하고 싶은 것 해 보기’ ‘잘할 수 있는 것으로 기부하기’를 뜻한다.

첫째, 노(露)다. 이는 ‘I-Branding’으로 ‘나’라는 사람을 하나의 상품으로 만드는 작업이다. 자신을 세상에 노출(露出)시키고 바로 드러내기다. 대개 평생 직장생활만 하다가 퇴직하는 이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게 있는데, 바로 자신의 정체성이다. 그러니까 이들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당황해한다.

이는 대다수 직장인이 갖는 영원한 숙제인지도 모르겠지만 그 해답의 열쇠는 ‘나=?’라는 인생 방정식을 푸는 데 있다. 가령 ‘박세리’ 하면 떠오르는 게 무엇인가? 바로 골프다. ‘김연아’ 하면 피겨 스케이팅, ‘박찬호’ 하면 야구가 떠오른다. 그렇다면 ‘당신’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이것을 풀어야 하는데, 문제풀이 힌트는 지금 당신이 ‘하는 일’에 있다.

당신이 하는 일이 기획이면 ‘나=기획’, 당신이 하는 일이 인사면 ‘나=인사’, 당신이 하는 일이 마케팅이면 ‘나=마케팅’이라는 인생 방정식이 하나 생긴다. 그것이 바로 당신을 브랜딩할 수 있는 자산이 된다.

은퇴했다면 바로 이 자산으로 당신만의 상품을 만들어 가야 한다. 이 이야기는 이젠 은퇴할 때는 ‘퇴직금’을 갖고 나오는 게 아니라 당신이 후반전에 해야 할 ‘일’을 갖고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하(賀)다. 이는 ‘I-Playing’으로 딱 한 번 주어진 인생을 축하(祝賀)하고 즐기는 것을 말한다. 말하자면 ‘호모루덴스(놀이 인간)’로서 자아를 발견하는 작업이다. 한 일간지에 소개된 대기업 CEO 이야기다. “J 회장은 역사, 종교, 경제 등 다양한 분야와 관련된 독서를 즐기는 ‘독서광’으로 유명하다.

또한 최근에는 아내와 함께 수영과 색소폰 등을 배우는 등 새로운 문화에 대한 열정이 매우 강하다. 특히 유럽 사무소에 근무할 때 배웠던 스노보드는 수준급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 오전 6시쯤 회사에 출근해 1시간가량 운동할 정도로 자기관리가 철저하다.” 이런 이야기를 소개한 것은 ‘I-Playing’이라는 개념이 흔히 말하는 것처럼 ‘그냥 먹고 노는 그런 것’만을 뜻하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색소폰을 배우는 베이비붐 세대가 많아졌다고 한다. 이들이 고급 여가문화로 눈을 돌린 것이다. 이런 바람 덕에 악기류 매출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그래서 여건이 된다면 승마도, 요트도, 클래식 음악도 좋다. 자신만의 취미 활동을 하나 찾아 그곳에 ‘올인’해 가는 것도 좋은 ‘I-Playing’이다.

혹시 당신이 소극적인 성격의 소유자라면 다소 거칠고, 난이도가 높고, 자기 자신은 물론 타인과 치열하게 경쟁함으로써 자부심을 기를 수 있는 취미활동에 뛰어드는 것이 좋다. 팁을 몇 개 준다면 ‘가능한 한 40세 전에 시작하라’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 하는 것을 하라’ ‘합창, 연극, 그림 그리기, 사진 등 나중에 발표회를 가질 수 있는 것을 하라’ 등이다.

이렇게 설명했는데도 당신의 ‘I-Playing’을 못 찾는다면 이렇게 해보라. A4용지를 한 장 펼치고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평생 죽기 전에 꼭 해 보고 싶은 것 다섯 가지를 쓰면 된다. 평생 꼭 해 보고 싶은 것! 바로 그것을 찾았으면 그걸 하면 된다. 그것이 당신이 평생현역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해야 할 놀잇거리다.

셋째, 우(佑)다. 이것은 ‘I-Giving’으로 남을 돕는(佑助) 작업, 즉 기부를 말한다. 꼭 기부천사가 되라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도 ‘작은 김장훈’ 이나 ‘작은 빌 게이츠’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기부란 꼭 경제적으로 베푸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남들과 공유하는 것을 말한다.

즉 지식 기부를 하면 된다. 당신이 경제적으로 풀기 어려우면 당신의 지식을 풀면 된다. 혹시 이것조차 없으면 육체적 기부, 즉 봉사활동을 하면 된다. ‘다 퍼주어 손해 보는 장사는 없다’는 말이 있다. 인생이란 장사에선 다 퍼주는 건 손해가 아니라는 것이다. 당신이 갖고 있는 그 무엇인가를 퍼주어라.

필자는 인생 노하우를 실천하는 행위를 경계 넘나들기라고 한다. 일과 놀이를, 육체활동과 정신활동을, 자아관계와 대인관계를 넘나드는 것으로 즉 1+1=2가 아니라 1+1=3이 되는 인생 만들기를 말한다. 쉽게 말해 수동적으로 사는 ‘짝퉁 인생’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사는 ‘명품 인생’ 만들기다. 바로 평생현역 시대를 맞아 당신이 준비해야 할 것이다.

‘1-10-100 법칙’이란 게 있다. 이는 “불량이 생길 경우 즉각 고치는 데 1의 원가가 들지만, 책임 소재나 문책 등의 이유로 이를 숨기고 그대로 내보낼 경우 10의 원가가 들며, 이것이 고객의 손에 들어가 클레임으로 되돌아오면 100의 원가가 든다”는 이야기다. 이 법칙은 인생 전략에도 유효하다.

즉 어렸을 때 좋은 습관을 들이면 1의 비용이 들지만, 중년이 돼 나쁜 습관을 좋은 습관으로 바로잡으려면 10의 비용이, 노년에 이것을 고치려면 100의 비용이 드는 것이다. 말하자면 치밀한 계획 없이 대충해서는 안 되는 게 인생이다. 다소 늦고 아둔한 것 같아도 바르게 하는 게 최선의 전략이다.

쓸쓸하지 않은 노년을 보내려면 전문가 수준에 이를 만큼의 취미를 하나 가져라. 이게 어렵다면 현재 업무와 다른 분야를 하나 선택해 전문지식을 쌓는 데 시간을 투자하라. 그러자면 주중에는 적어도 2시간, 주말에는 절반 이상을 당신의 오른쪽(현재)이 아니라 왼쪽(미래)에 할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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