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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죽향 2013. 6. 19. 08:01

모자를 착용 하는것이 좋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가운데 나무 그늘 한 점 없는 테니스장 같은 야외에서 운동을 하다 보면 온몸이 땀으로 뒤범벅되기 일쑤입니다. 이때 자칫하면 땀과 함께 혈중 전해질, 특히 나트륨이 체외로 빠져나와 무기력증과 현기증이 생기고 더 나아가 죽음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를 일사병(日射病, sunstroke)이라고 합니다.

생활환경의 온도는 높이 올라가건만 우리 몸이 그것을 감지하지 못하고 체온이 덩달아 올라가도 큰 변을 당합니다. 이를 열사병(熱射病, heatstroke)이라고 합니다. 농촌에서는 더운 여름 날씨에 나이 드신 분들이 비닐하우스에서 일을 하다 이 열사병으로 변을 당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사실은 나이가 들수록 신체의 모든 기능이 저하 및 둔감해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주변 온도에 덜 예민해지기도 하지만 피부의 땀샘이 땀을 적당히 배출해 체온 조절을 능동적으로 해야 함에도 피부가 노화되면서 땀 분비 기능도 함께 떨어지게 됩니다. 요컨대 나이가 들수록 우리 몸의 체온 조절 능력에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좀 다른 이야기입니다만, 아일랜드나 스칸디나비아 계처럼 피부색이 유난히 하얀 사람은 우리와 달리 흑색종(黑色腫)을 비롯해 각종 피부암 발생 빈도가 매우 높다고 합니다. 정확한 통계 자료는 아니지만 치명적인 흑색종양의 경우 미국 사람이 우리나라 사람보다 약 180배가 되고 그 외의 피부암은 1,000배 이상 높다고 합니다(정기양 교수, 연세대 의대). 그만큼 햇빛과 피부암이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는 뜻입니다. 피부암 발생 빈도가 이렇게 높다 보니 미국에서는 ‘태양광선으로부터 피부 보호하기’, ‘태양광선 피하기 운동’이 사회적 이슈가 된 지 오래입니다. 1980년대에 이미 양산(陽傘)을 사용하는 것이 최선의 피부암 예방책이라고 알려졌지만 별로 사회적 호응을 얻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요즘 미국 남부 지역에서는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어린 학생들을 태양광선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미국피부과학회(American Dermatology Association)가 직접 나서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학교 교정을 천막으로 덮거나 학생들이 건물 밖으로 나갈 때에는 ‘자외선차단제(sun blocking agent)를 바르고 ‘챙 넓은 모자’를 반드시 쓰도록 적극 권장합니다.

우리 동양인들은 피부조직 내의 멜라닌세포가 적당한 양의 검은색소인 멜라닌을 분비하여 피부가 너무 하얗지도 않고, 너무 검지도 않아 피부가 햇빛의 자외선을 적당히 막아내고 있어서 피부암을 걱정해 태양광선을 기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네 여름철 태양광선의 일광량(日光量)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는 자외선지수가 높다는 뜻입니다. 피부암을 일으킬 정도는 아닙니다만, 오랜 세월에 걸쳐 자외선에 노출되면 피부의 노화 속도가 빨라집니다. 농어촌에 사시는 분들이 도시 사람보다 피부에 깊은 주름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햇볕이 쨍쨍한 여름날, 여인들은 핸드백으로, 남자들은 신문지나 부채로 얼굴을 가리는 등 ‘고행’하는 모습을 쉽사리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인들이 양산을 펼치고 지나가는 모습을 보노라면 왠지 여유로움이 느껴집니다. 실제로 양산 밑 그늘 속 온도는 주변 온도보다 2~3°C 낮습니다. 그래서 시원하게 느껴지기도 하거니와 햇볕에 얼굴이 검게 타는 것을 예방한다는 안도감도 한 몫 하는 것이겠지요.

그런 맥락에서 여름철에 남자들이, 특히 60대 이후의 어르신들이 ‘챙 넓은 모자’를 쓰는 것은 작은 양산을 쓰는 것과 같습니다. 모자를 쓰는 것은 피부 노화에 따른 온도 조절 능력 저하에 대처하는 좋은 방법입니다. 요컨대 모자는 ‘낮은 단계의 열사병’을 능동적으로 예방하는 ‘물리적 보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네 옛 선비들은 여름에 챙이 넓으면서도 통풍이 잘되는 갓모자(帽子)를 양산 삼아 즐겨 썼습니다. 이런 훌륭한 문화 코드를 다시금 생각하니 ‘모자 한류’가 올수도 있겠다는 것이 아주 덧없는 이야기는 아닐 성싶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