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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 새끼

죽향 2013. 3. 25. 16:48

거지  새끼.....

 

음식점 출입문이 열리더니

여덟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비에 젖은 채

어른의 손을 이끌고 느릿 느릿 안으로 들어왔다.

 

두 사람의 너절한 행색은

한눈에 보기에도 걸인임을 짐작할 수가 있었다.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음식점안의 손님들은 일제히 그들을 쳐다 보았다.

 

모처럼 맞는 회식자리에 있던 손님중에 여자분이

주인 아주머니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아주머니!  냄새 나니까  빨리 내쫒으세요."

  

아이는 아무 말없이,

앞 못보는 아버지의 손을 이끌고

음식점 앞쪽에 자리를 잡았다.

  

주인 아주머니는 그제서야

그들이 음식을 먹으러 왔다는 것을 알았다.

  

"저~어, 아주머니... 우리 순대국밥 두 그릇 주세요."

 

"그래, 알았다...  근데, 이리루 좀 와볼래? "

 

계산대에 앉아있던 주인 아주머니는 손짓을 하며

아이를 불렀다.

 

"미안하지만, 거기는 앉을 수가 없단다.

 거긴 예약 손님들이 앉을 자리라서 말이야..."

  

그렇치 않아도 주눅이 든 아이는,

주인 아주머니의 말에 금방 시무룩해졌다.

 

"아줌마, 우리 금방 먹구 나갈께요.

 오늘이 우리 아빠 생일이에요. "

 

아이는 비에 젖어 눅눅해진 천원짜리 몇장과

한 주먹의 동전을 꺼내 놓았다.

 

"알았다. 대신, 우리 저 안쪽으로 들어가서 앉자구나... "

 

음식점 안의 손님들은 불만스런 표정으로

주인 아주머니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주인 아주머니는 급히 수건을 가져와

거지아이와 걸인아빠의 젖은 머리를닦아주고 

아이의 젖은 옷을 벚기고  마른 옷으로 갈아 입혔다.

 

잠시 후

  

주인 아주머니는 순대국밥 두 그릇과

따로 고기를 한접시 가져다 주었다.

 

"오늘, 마침 아줌마도 생일이라서 고기를 많이 삶았단다.

 고기 값은 받지 않을테니  많이 먹구 가거라."

 

음식점 안의 손님들은 못마땅하였지만 그들이 빨리 먹고

나가 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이윽고,

 

음식을 다 먹고 음식점을 나가려는 걸인 부녀를

주인 아주머니는  잠시 기다리라 더니

얼른 우산을 챙겨 가지고 나왔다.

 

그리고, 환한 웃음을 지으며 아이에게 말하길...

 

" 비도 오는데 아빠한테 우산 씌워 드리렴.

그리고 내일 이라도 비가 그치면 다시 와 주겠니....?

우산도 돌려줄겸 말이야....  알았지?"

 

주인아주머니는 문까지 열어주며 걸인부녀를

배웅하며 들어서는데... 

그모습을 주~욱 지켜보던 회식 손님들중

한 아저씨가 빈정거리며 주인 아주머니께 소리를 질렀다.

 

" 아주매요!   거지새끼 한테 뭘 그리 잘 대해 줍니까?

  아주매,  그 얼라가 먼 친척이라도 되는가보네. ㅋㅋㅋ... "

 

그러자

주인 아주머니 곱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 아니요.  방금 아기예수님이  다녀 가신걸요......"

                      



  
고맙습니다.

  사랑 하세요. 

  용서 하세요.

  입은 세번

  생각하고  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