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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바다

죽향 2013. 3. 22. 14:39

 

 

 

 

눈물의 바다

                                            

     흔히 여성단체의 연수회 자리에서 주부들에게 자주 들려주는 숙제

   가 있다. 바로 '배우자의 어린 시절 이해하기' 라는 항목에 대한 설문

   내용이다. 문제가 있는 부부이건, 아니건 배우자의 어린 시절을 잘

   이해함으로써 부부 사이가 한층 더 가까워질 수 있기 때문이란다.

 

 

     소영 씨네 가족은 시어머니 칠순 잔치 때문에 시골에 내려가는 길

   이었다. 운전석 옆에서 무료하게 앉아있던 소영 씨는남편 영철씨에

   게 '배우자의 어린시절 이해하기' 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자고 제안

   했다.

 

       "당신이 먼저 얘기해 봐요. 어린 시절 어땠어요?"

        남편은 잠시 생각을 하는것 같더니 이내 이야기를 시작한다.

  

       "초등학교 5학년 때였어. 친구들과 놀고 있는데 한 친구가 큰 눈깔

   사탕을 입에 물고 나오는 거야. 그때만 해도 가난한 시절이어서 사탕

   이 정말 귀했지. 함께 놀던 친구들이 우르르 몰려가서 그 친구에게 한

   입만 달라고 사정을 하는데. 나도 얼마나 먹고 싶던지 그 친구들과 함

   께 한 입만 달라고 했어."

 

       "정말? 그걸 먹었어?"

       "부러운 눈으로 자기를 바라보는 친구들을 놀리기만할 뿐. 그 친구

   는 깨물어 먹지도 않고 야금야금 혼자 열심히 사탕을 빨고 있는 거야."

       "정말 못됐네. 그래서?"

       "그 친구가 혼자 다 먹어버릴까 봐 애가 탄 나와 친구들은 계속해

   서 한 입만 달라고 사정을 했어. 그랬더니 그 친구가 사탕을 뱉어서

   옆 친구에게주는 거야. 옆 친구는 얼른 사탕을 받아서 입에 넣고 한

   번 빨아먹고 다시 빼서 옆 친구에게 주고, 또 그 친구도 그렇게 하고

   옆 친구에게 주고 네 번째인 내 순서가 되어 그 사탕을 받아 막 입에

   넣으려고 하는데 사탕 주인인 친구가 갑자기 '저 새끼는 주지마!'

   는 거야."      

       "......." 

 

       "깜짝 놀라서 침이 잔뜩 묻은 사탕을 손에 들고 멍청하게 그 친구

   를 바라보고 있는데 옆 친구가 얼른 내 손에서 사탕을 뺏어 자기 입에

   넣는 거야. 그렇게 여섯 친구가 돌아가며 모두 한번씩 사탕을 빨았는

   데 나만 빨지 못했어."

       영철씨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는 듯했다.

 

       "그때 기분은 정말... 뭐라고 해야 하나. 정말 묘했어. 지금 생각해

   보면 친구들은 다 한번씩 먹었는데 나만 먹지 못했다는 소외감과 수

   치심 그런 것이었을거야. 그런데 이 친구들이 계속해서 '한 입만 더

   주라'며 그 친구 곁을  떠나지 않고 조르는 거야. 그 친구는 다시 한번

   '한번씩만 더 먹어'하면서 작아진 사탕을 입에서 빼서 돌리는데 역시

   내 순서가 되어서 얼른 입에 넣으려고 하니까 또 '저 새끼는 주지 말

   라니까!' 하는 거야 ."

 

       자동차 안에는 한참 동안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아무튼 그렇게 또 친구들은 사탕을 한번씩 더 먹게 되었어. 친구

   들이 미안했는지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면서 그 사탕을 돌아가면서 빨

   아먹는 데 얼마나 쑥스럽고 창피했는지.........., 결국 마지막 친구로부

   터 그 작아진 사탕을  건네 받은 사탕주인은 나를 빤히 쳐다보며서 씩

   웃고는 남은 사탕을 와작 깨물어 먹어버렸어. 그때 내 기분 어땠는지

   알아? 그때 그 자식... 정말 죽이고 싶었어."

 

 

   

       남편은 어느새 주르륵 흐르는 눈물을 손등으로 닦아내고 있었다.

   고속도로 임시 정류장에 차를 세우고 소영 씨는 아무 말도 못한 채 그

   냥 울고 있는 남편의 등을 어루만지며 함께 울었다. 그리고 흐르는 남

   편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여보. 나 당신이 어렵게 자랐다는 말을 고모들에게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정말 이렇게 힘들었는지는 몰랐어요. 위로가 필요하고 격려

   가 필요한 당신인데, 나는 그것도 모르고 돈밖에 모른다고 당신에게

   불평하고 잔소리만 했으니...., 여보 정말 미안해요. 미안해요."

 

       그때 갑자기 뒷좌석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깜짝 놀라 뒤

   를 돌아본 소영 씨 부부는 초등학교 6학년 딸아이와 4학년 아들 녀석

   이 울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자는 줄만 알았던 녀석들이 아빠의 어릴

   적 이야기를 듣고는 울음을 참지 못했던 것이다. 소리 없이 흐느끼던

   아이들은 얼굴이 발갛게 상기된 영철 씨와 눈이 마주치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영철 씨의 목을 부등켜 안았다.

 

       "아빠가 불쌍해. 우리 아빠 불쌍해."

       그 소리에 소영 씨는 더욱 소리내어 울었고. 영철 씨도 아이들을 부

   등켜 안았다. 그렇게 고속도로 위 자동차 안에서 소영 씨의 가족은 한

   덩어리가 되어 눈물 바다를 이루었다.

 

       그일이 있은 후 소영 씨네 가족에게는 변화가 생겼다.

 

       세상에 불행을 겪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 불행으로 내 삶의 행복을 시들게 할지,

       내 삶의 행복을 키우는 밑거름으로 삼을지는 우리

       각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