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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越)나라 사람 范蠡가 애인 西施를 오(吳)나라 왕 부차에게 보내 그를 주색에 빠뜨렸다. 그 사이 월나라 왕 구천은 부차에게 패했던 과거를 '섶에 누워 쓸개를 씹듯' (臥薪嘗膽)되새김하면서 나라를 일으켰다. 범여는 할 일이 없어져 '토끼를 잡은 뒤 삶아 먹히는 사냥개' (兎死狗烹)신세가 되자 제(齊)나라로 건너갔다. 그는 이름을 도주공(陶朱公)이라 바꾼 뒤 큰 재산을 모았고, 세 차례에 걸쳐 사람들에게 모두 나눠줬다. '중국 부자' 하면 으레 陶朱公을 떠올린다.
▶1979년 백악관에서 카터를 만나고 돌아온 덩샤오핑은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고 했다.(白猫黑猫論-不管白猫黑猫 能瓜到老 鼠就是好猫-原文)) 그는 1992년 남부 경제특구를 돌아보고 나서 선부론(先富論)을 펼쳤다. 사람과 물산이 풍부한 남동 해안부터 잘 살게 한 뒤 내륙까지 퍼지게 하겠다는 뜻이다. 2002년 장쩌민은 "2020년까지 샤오캉(小康) 사회를 달성하겠다"고 했다. 공자가 말한 '온 백성이 편안하고 배부른', 소외 계층 없는 사회다.
▶그 뒤 이런저런 경제 포럼에서 '공부론(共富論)'이라는 말이 나왔다. 2005년 공산당 당대회에서는 중국 지도부도 이 말을 입에 올렸다. 파이를 키우는 성장 일변도에서 벗어나 파이를 함께 나누는 일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했다. 빈부 격차에 발목을 잡히면 고도성장도 쓸데없다는 절박함이 묻어 있었다. 후진타오도 '빠르고 좋게'라는 '우쾌우호(又快又好)'를 외치다 나중에는 '좋은(好) 분배'를 '빠른(快) 성장'보다 앞에 뒀다.
▶시진핑 총서기가 이끄는 중국 최고 지도부가 닻을 올렸다. 시진핑은 출범 첫날 인민대회당 회견에서 "확고부동한 자세로 '공동 부유'의 길을 걸어가겠다"고 했다. 그는 중국이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하면서 벌어진 빈부 격차를 가장 큰 걸림돌로 봤다. 중국은 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측정할 때마다 높아져 사회 불안 한계선인 0.4에 가까이 왔다. 10년 뒤에는 도농(都農) 소득 격차가 5배 이상 커질지 모른다.
▶일본어 '시카구시맨(四角四面)'은 네모 반듯하게 착실한 것을 가리킨다. 일본인은 네모난 테이블에 앉아 네모난 도시락을 먹는다. 중국인은 둥근 탁자에서 둥근 접시로 식사한다. 많은 사람을 손님으로 '칭커(請客)'해 20~30명이 떠들썩하게 먹는다. 옛 중국 황제는 식객 3000명을 불러 같이 먹었다 해서 '식객삼천(食客三千)'이라는 말도 생겼다. 새 지도부가 선부론을 용도 폐기하고 공부론을 채택할 만큼 陶朱公의 지혜가 절실해진 중국이다.
[만물상]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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