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人生 停年
글쓴이: 시인 김 원 호
직장정년에 걸리면 또 다른 직업을 찾거나, 취미 삼아 할 일을 찾으면 된다.
그러나 인생정년이란 덫에 걸리면 거미줄에 걸린 잠자리 신세가 된다.
살아오면서 일생동안 맺은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를 끊는다.
천당과 지옥, 이승과 저승, 그리고 재탄생을 의미하는 輪廻轉生 등등.
위에서 말한 세상은 가본 사람이 없는 미지의 세계다.
어쩌면 중국의 道敎에서 말하는 바람이 되고 물이 되서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닐까? 실체를 보지 못하면 믿을 수 없듯이 영靈의 세계는
정말 있는 것일까? 아인슈타인 같은 석학도 아니고 질량불변의 법칙,
양자론 등과 같은 학문과는 거리가 멀게 살아왔다.
성당에 가서 봉헌을 하면서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다.
확실한 것은 수壽를 다하면 인간은 누구나 모두 죽는다는 것이다.
직장정년에 걸리면 인생정년에 한 발작 다가선 것이다.
인생정년으로 갈 때까지 어떻게 살아야 하나를 함께 고민해 보기로 하자.
시인 김 달진은
인생 60대는 해마다 늙고
인생 70대는 달마다 늙고
인생 80대는 날마다 늙고
인생 90대는 시간마다 늙는다고 했다.
人生七十古來稀"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2011년 세계보건통계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성의 평균수명이
76세이고 여성의 평균수명은 83세라고 했다.
그렇다면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79.05세가 된다.
우리의 관심을 끄는 북한의 평균수명은 63.81세이고 미국의 평균
수명은 78.37세라고 한다. 서양 사람들은 75세까지를 Young Old
또는 Active Retirement라고 한다.
두 곳의 평균수명은 우리에게 시사示唆하는 바가 크다.
평균수명이라 함은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수치이기에
필자가 속한 학교 동기동창들을 중심으로 조사를 해 봤다.
사망자와 행불자 그리고 건강상의 이유로 동창회에 참석할 수
없는 이는 사망으로 하고, 동창회에 참석은 못 하지만 누군가를 통해서
소식이라도 알 수 있는 이는 생존자에 포함시켰다.
결과는 놀랍게도 고등학교 동창의 사망률이 49%이고 대학교
동창의 사망률이 39%였다. 남자 평균수명 76세에 다다른 사람도 있지만
정상적으로 학교를 입학한 사람일 경우는 4년을 남겨두고 있다.
병을 미리 발견해서 치유를 계속하고 평상시에 섭생과 운동 그리고 긍정적인
사고를 갖고 사물을 보면서 사는 사람이 비교적 장수함을 알 수가 있다.
장수함이 인생의 최상의 목표가 될 수는 없다. 의미 없는 삶이거나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만을 주는 삶이라면 이 또한 재고의 값어치가 없다는 생각을 한다.
주위에 있는 3-4년 선배들을 살펴보면 재미있는 결과가 다가온다.
평균수명을 다한 나이이기에 그런 것은 아닐진대 상당수는 콜라겐이 빠져서
얼굴에 주름살이 선명하게 보이고, 흰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린다.
머리에 하던 염색을 중단한 분들이 많이 눈에 뜨인다. 혈압, 당뇨,
코레스톨과 관절 등에 이상이 생겨 약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고
배우자 병간호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그렇게 몇 년을 가다보면 80 줄에 접어들고 한 분 한 분 주위에
부음을 전한다. 80을 넘긴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다수가 병을 몇 개씩 몸에
지니고 병과 함께 동고동락을 하다가 생을 마감 한다.
의사들의 말을 빌리면 병고에 시달리는 기간이 8-10년이라 했다.
60세에 퇴임을 해서 90세까지 산다고 하면 75세까지는 활발하게
일 할 수 있고, 80세까지는 그럭저럭 일하고 나머지 10년은
자기 몸을 자기가 조절할 수 없는 상태가 아닐까?
60세부터 나머지 인생 20-30년을 설계가 없이 바람이 부는 대로 생을 맡겨
허송세월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죽는 날까지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몰두하다 생을 마감하면 얼마나 좋을까?
죽음이야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지만, 최선의 방법이 있다면 그 곳에
도착할 때까지 좋아하는 일거리와 친구는 필수 조건이란 생각이 든다.
일거리와 친구가 있는 사람이라면 재물과 건강은 연계되어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일거리
일거리가 없이 하루를 지난다는 것은 달 없는 사막을 혼자서 걷기보다도
더 힘든 일이다. 일이 없다는 것은 목표가 없다는 것이고 목표가
없다는 것은 이루려는 꿈이 없다는 말이다.
꿈의 끈이 끊어진 하루는 의미가 없다. 정년퇴임을 할 즈음이면 부양할 자식들도
독립을 해서 스스로 살아가고 빈 집에서 집 사람과 호젓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세상에 태어나서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던 일들을 할 수 있는 절효의 기회다.
좋아 하는 일에 몰두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10년 20년 그렇게 하다보면 부수적으로 얻을 수 있는 성과물도 대단할 수 있고,
어느 경우는 전문가의 경지에 도달해서 족적을 남길 수도 있다.
이는 이웃과 후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이 나이에 무슨” 이란 말을 입에 달고 다니면서 허송세월 한 사람과 많은
세월을 뜻있게 보낸 사람과는 인생 후반에서 결과물이 다들 수밖에 없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봉사할 수 있는 일들이 도처에서 기다리고 있다.
교회, 성당과 절에서 할 수 있는 일거리를 찾을 수 있고, 지자체를 통해서도
문화 해설사, 컴퓨터, 한글, 한자 교사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일자리가 기다린다.
농어촌, 공장에서도 일손이 모자라서 절절 매는 경우를 우리는 보고 있다.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은 “국가가 나에게 무엇을 해 줄 것인가를 기다리지 말고
내가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해라 라고 했다” 참으로 맞는 말이다.
부모가 무엇인가 해 주기를 기다리는 자식, 국가가 무엇인가 해 주기만을
기다리는 국민이 많은 나라는 희망이 없다.
▼,,친구
사람은 누구나 그리움과 외로움을 가지고 산다.
그리움이야 마음이 쓰이기는 하지만, 정말로 참기 힘든 것은 외로움이다.
외로움이 더 발전하면 우울증을 낳기도 한다.
외로움을 없애주는 것은 일거리와 친구다.
일거리야 위에서 말했듯이 찾으면 되고 친구 또한 본인이 하기에 달려있다.
그러나 늙으면 고집불통이 되고 天上天下 唯我獨尊'이 되기 쉽다.
본인이 옳다고 생가하면 다른 사람의 의견은 듣지도 않는다.
易地思之'란 말의 뜻은 확실하게 알면서도 행 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 사람이다.
이제는 중심에서 벗어난 세대라는 것을 알면서도 중심에 있고 싶어 한다.
그뿐이 아니다. 남들이 싫어 하는 지도 모르고 젊어서 팔뚝이 굵었었다고
시도 때도 없이 자랑을 늘어놓는다. 이렇게 살다보면 주위에 있던 곰삭은
옛 친구마저도 하나하나 떠난다.
어디를 가나 말수는 줄이고 주머니는 열어 놓고 살아야 한다.
또한 푼수 이하의 농담을 해서 친구들을 즐겁게 해 주면, 오랜 친구들도 하나
하나 모여든다. 그렇게 살면 정담을 나눌 기회가 많아지고 외로울 시간이 없다.
누구나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고, 괴로움을 속이 후련하게 풀어낼 수 있는 친구,
시도 때도 없이 만나자고하면 만나서 생각을 공유하고 장단을 맞추어 주는,
그런 친구 하나 쯤은 갖고 싶어 한다.
갖고 싶어 하는 친구가 바로 가까이에 있는 평생원수인 배우자라는
사실을 우리는 까맣게 모르고 산다. 배우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가정은
사랑이 넘치는 행복한 가정이고, 그렇지 못한 가정은 불행한 가정이다.
배우자가 없는 가정은 이성의 친구를 둘 일이다.
아무리 효심이 두터운 자식이라 할지라도 배우자의 빈자리는 채울 수가 없다.
배우자였던, 빈자리를 채워준 이성의 친구였던 피차에 어떤 형태의 관계
설정을 하고 사느냐는 각자의 몫이다.
좋은 관계설정을 원하신다면 김 원호가 쓴 “촌놈” 청어출판
68페이지의 평생원수라는 아내를 퇴직 후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를
참조하면 도움이 될 것으로 사료된다.
유태계 시인 사무엘 울만은 청춘이란 시에서 나이에 관계없이
“이상과 열정을 잃을 때 인생이 늙어 간다.”라고 말했다.
모든 일에 호기심을 갖고 열심히 일하면서 살다보면, 어느 날 갑자기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밤새 안녕” 이란 말을 남겨 놓고,
가볍게 떠날 수 있는 인생을 살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인연 끊기
이슬 맺힌 거미줄은 손바닥으로 쓰윽 끊고
덜렁덜렁 매달린 실밥 가위로 싹둑싹둑 자르고
뼈 속까지 뻗쳐있는 질긴 인연일랑 벤치로 딱딱 끊어 버리세
끊겨진 인연들은 모두 모아 바람에 훨훨 날려 버리고
항아리 속으로 꼭꼭 숨어버려 아가리를 통하여 보이는
만큼만 하늘을 보며, 살고 싶은 나머지 인생
편집 죽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