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들 아버지는 석 달치 사글세가 밀린 지하 셋방이다 너희들은 햇볕이 잘 드는 전세집을 얻어 떠나라 아버지는 아침 출근길 보도위에 누가 버린 낡은 신발 한 짝이다 너희들은 새구두를 사 신고 언제든지 길을 떠나 라 아버지는 페인트 칠할 때에 쓰던 낡고 때묻은 목 장갑이다 몇 번 빨다가 잃어버리면 아예 찾을 생각을 하지 말아라 아버지는 포장마차 우동 그릇 옆에 놓인 빈 소주 병이다 너희들은 빈 소주병처럼 술집을나와 쓰러지는 일 은 없도록 하라 아버지는 다시 겨울이 와서 꺼네 입은 외투 속에 언제 넣어 두었는지 모르는 동전 몇 닢이다 너희들은 그 동전마저도 가져가 컵라면이라도 사 먹어라 아버지는 벽에걸려 있다가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 진 고장난 벽시계다 너희들은 인생의 시계를 더이상 고장내지 말아라 아버지는 동시상영하는 삼류극장의 낡은 의자다 젊은애인들이 나누어 씹다가 그 의자에 붙여놓은 추잉껌이다 너희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깨끗한 의자가되어 주 어라 아버지는 도시 인근 야산의 고사목이다 봄이 오지 않으면 나를 베어 화톳불을 지펴서 몸 을 녹여라 아버지는 길바닥에 버려진 붉은 단팥이 터져 나온 붕어빵의 눈물이다 너희들은 눈물의 고마움에 대하여 고마워할 줄 알아라 아버지는 지하철을 떠도는 먼지다 이 열차의 종착역이다 너희들은 너희들의 짐을 챙겨 너희들의 집으로 가라 아버지는 이제 약속할 수 없는 약속이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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